검색결과34건
산업

올해 상반기 대기업들 자금 숨통 트여...차입금 증가 영향

올해 상반기 주요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다소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차입금 증가로 인해 숨통이 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4일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1∼30일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자금 사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자금 사정이 호전됐다고 응답한 기업은 전체의 31.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악화했다는 응답 비중(13.1%)보다 18.7% 높다. 자금 사정이 작년 동기 대비 비슷하다는 응답은 55.1%로 집계됐다.전경련은 자금 사정 개선의 주요 원인이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자금의 증가가 아닌 차입금 증가에서 기인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중 매출액 1천대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대비 52.9% 급감했다. 반면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 직·간접 금융 시장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86.9%는 올해 들어 은행 등 간접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말에는 응답 기업의 86.0%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3.5%를 꼽았다. 전경련은 기업들의 차입금 규모가 커 기준금리를 0.25%만 추가 인상하더라도 시중금리 상승으로 상당수 기업이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또 지난 2021년 7월 이후 2년간 기준금리가 3.0%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평균 13.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하반기 자금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 비율은 35.5%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5.6%)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설비투자(38.7%)가 가장 많았고, 원자재·부품 매입(32.3%), 차입금 상환(11.2%), 인건비·관리비(10.5%) 등의 순이었다.자금조달 시 어려움을 묻는 말에는 가장 많은 32.4%가 '환율리스크 관리'(32.4%)를 꼽았다. '대출금리 및 대출절차'(32.1%), '정책금융 지원 부족'(15.9%) 등의 답도 나왔다.추광호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경기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기업들의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금융비용이 상당히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7.24 10:35
IT

LGU+, 탄초배출 관리 솔루션으로 수출기업 지원…인증 제도화 추진

LG유플러스가 탄소배출량 감축 등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제조기업의 수출을 지원한다.LG유플러스는 밸류체인 플랫폼 누빅스, 탄소배출 관리 솔루션 기업 글래스돔코리아와 업무협약을 맺었다고 10일 밝혔다.최근 주요 국가들은 정교한 탄소배출 규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유럽연합(EU)의 경우 올해 10월부터 수입하는 철강·시멘트·전력 등 6개 품목에 탄소배출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운영한다.또 자동차용 배터리를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르면 2024년부터 탄소발자국 정보를 공시해야 하며, 2026년부터는 배터리의 생산부터 이용·폐기·재사용·재활용에 걸친 생애주기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이른바 '배터리 여권'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3사는 이런 세계적 환경 규제 흐름에 맞춰 밸류체인 플랫폼 'VCP-X'와 이를 기반으로 한 'LCA 솔루션'을 기업 전용망에 결합해 수출기업에 확산한다.누빅스는 VCP-X를, 글래스돔은 LCA(전생애주기평가) 솔루션을 개발·상용화하고, LG유플러스는 고객사 제안 및 기업 전용망을 구축·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누빅스의 VCP-X는 글로벌 표준기술을 활용해 개발한 플랫폼이다. 완제품 수출기업 및 1·2차 협력사 간 안전한 데이터 통합 수집 및 호환을 뒷받침한다.글래스돔이 개발 중인 LCA 솔루션은 LG유플러스 기업 전용망으로 각 공장에서 발생하는 실시간 데이터를 수집하고 탄소배출량을 계산한다.VCP-X 플랫폼과 LCA 솔루션을 결합하면 협력업체의 민감한 데이터가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하면서 환경 규제 관련 데이터만을 뽑아낼 수 있다.3사는 국제 인증기관과 손잡고 LCA 솔루션 인증을 제도화해 기업고객들이 별도의 추가 인증 없이 환경 규제에 대응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임장혁 LG유플러스 기업신사업그룹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관된 다양한 솔루션을 확보해 기업고객이 시대적 변화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정길준 기자 kjkj@edaily.co.kr 2023.04.10 14:12
스포츠일반

살아있는 전설 '경마대통령' 박태종 2200승 달성

한국경마의 살아있는 전설 박태종 기수가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박태종 기수는 개인 통산 2200승을 달성했다. 데뷔 38년 차로 ‘경마대통령’이라 불리는 박태종 기수는 한국경마 역사상 가장 많은 승리를 기록 중이다. 만 57세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눈부신 활약을 이어가는 박태종 기수는 본인의 다승 기록을 매번 경신하고 있다. 지난 19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10경주에 경주마 ‘슈어윈’과 함께 출전한 박태종 기수는 초반부터 선두를 바짝 추격하며 2~3위권에서 경주를 전개했다. 마지막 코너에서 박차를 가하며 탄력적인 걸음으로 선두로 치고 나온 슈어윈은 그대로 거리를 넓히며 가장 먼저 결승선에 닿았다. 이에 박태종 기수는 통산 220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결승 통과 직후 경마팬들은 박수갈채로 2200승을 축하했고, 경마 관계자들 역시 대기록에 박수를 보냈다. 기록 달성의 부담감 때문인지 6주간 승리를 기록하지 못했던 박태종 기수였지만 우승 직후 편안한 표정으로 말에서 내렸다.그는 “늘 기록 달성을 목전에 두면 부담감을 느끼지 않으려 해도 주위의 기대를 의식해서인지 경주가 잘 풀리지 않는다”며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부담되지만 그저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며 경주에 임하며 이겨내고 있다”고 말했다. 키 150m, 몸무게 47kg로 왜소하지만 다부진 체격의 박태종 기수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굴삭기 기사 조수로 건설 현장을 누비기도 했다. 친척의 권유로 기수후보생에 도전한 그는 재수 끝에 1986년 정규 13기 기수후보생으로 합격했고, 이듬해인 1987년 4월 뚝섬경마장에 데뷔했다.데뷔 4년 차인 1991년에 48승으로 최다승을 기록한 박 기수는 1991년 최우수 기수에 선정되며 파란을 예고했다. 당시 ‘무서운 아이’라 불렸던 박 기수는 1992년 무궁화배 우승을 시작으로 대상경주 사냥을 시작했고, 1995년에는 대망의 그랑프리까지 품에 안았다. 박태종 기수는 ‘기록제조기’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1996년 ‘최초 한 시즌 100승 기수’, ‘최초 억대 연봉 기수’ 등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파죽지세로 경마장을 휘어잡은 그는 2000년 데뷔 14년 만에 김명국 기수가 수립한 722승 역대 최다승 기록을 경신했다. 그의 다승 행진은 파죽지세였다. 2009년에는 1500승, 2016년에는 2000승을 기록한 그는 대상경주 48회 우승, 5번의 최우수 기수 선정 등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활약을 보였고, 이제는 ‘경마대통령’으로 불리고 있다.올해로 57세에 접어든 박태종 기수는 현역 기수 중 두 번째로 고령이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승률을 선보이는 백전노장 박태종 기수는 자신과의 싸움에 여념이 없다. 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은퇴 전 2500승 달성도 가능해 보였지만 은퇴를 몇 년 남기지 않은 요즘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며 “성적이 좋건 나쁘건 늘 응원해주는 팬들을 생각하며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 기수가 되겠다는 다짐으로 매 경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담담한 포부를 밝혔다.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3.03.24 05:26
스포츠일반

한국마사회 창사 이후 최대 위기 극복…3년 만에 흑자 달성

한국마사회가 창사 이후 최대 위기를 극복하고 3년 만에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14일 올해 주요 업무에 대한 성과를 발표하고 내년에도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올해 2월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한국마사회를 이끌 신임 수장으로 뽑힌 정기환 회장은 새로운 경영방침에 따라 조직을 개편하고,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새로운 비전과 전략체계를 정립하는 등 조속한 경영 정상화와 말산업 재건을 위해 매진해왔다. 한국마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고객 입장이 전면 제한되면서 매출이 급감했고, 2020∼2021년 약 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의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하지만 말 관계자의 생계 보호를 위해 무관중 경마를 시행해 경마산업 기반을 유지했다. 또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해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 임직원이 고통분담에 동참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비업무용 자산을 매각해 가용자금을 확보하는 등 경영 효율화에 최선을 다했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일상회복과 함께 고객 입장이 단계적으로 정상화되며 경마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조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매출 목표 관리, 고객 서비스‧마케팅 활성화, 경마 관계자 소통 강화 등 안정적 경마시행과 고객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 또 경상경비 절감, 예산집행 효율화하는 등 철저한 손익 관리를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 노력도 지속했다. 이런 노력 끝에 경영위기를 조기에 해소하며 올해 3년 만에 약 1000억원 규모의 흑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은 한국경마 10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한국마사회는 새로운 도약과 대외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강도 혁신에 나섰다. 자발적 내부혁신으로는 회장이 직접 위원장으로 참여하는 경영혁신위원회 발족으로 혁신 상시체계를 구축했고, 정부 방침의 조기 이행을 위한 재무건전성 확보 및 효율화 계획을 추진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비전 선포식을 개최해 향후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기관의 새로운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한국마사회는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앞으로 15년 이내 세계 5대 말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한국마사회만의 특화된 ESG경영을 발굴‧추진해 말산업 분야 ESG 확산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올해 경마 정상화와 함께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돌입했다. 지난 9월에는 한국 최초 경마선진국 대상경주 수준의 국제경주가 3년 만에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재개됐다. 국제경주는 전 세계 17개국으로 송출돼 한국경마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또 역대 최다 수출판로를 확보(23개국)해 약 1100억원의 역대 최고 수출실적을 달성했다. 정기환 회장은 “올해 한국경마 100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 새로운 비전과 전략체계를 수립하고, 강도 높은 경영혁신을 추진하는 등 국민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2young@edaily.co.kr 2022.12.16 05:59
스포츠일반

[이정우의 스포츠 랩소디] 유럽에는 없고 미국에는 있는 경기 전 의식

박지성, 손흥민 등의 활약으로 인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는 한국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아울러 미국 프로야구(MLB)와 프로농구(NBA)도 국내에 단단한 팬층을 가지고 있다. 눈썰미 있는 팬이라면 잉글랜드 또는 유럽 프로축구에는 없으나, 미국 프로스포츠에는 있는 경기 전 의식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것은 바로 ‘국가(National Anthem)’ 연주다. EPL은 경기 전 잉글랜드 국가 연주를 하지 않는다. 국가 대항전이 아니라 잉글랜드 축구 클럽들의 리그 경기이기 때문이다. 유럽 축구의 정상급 클럽들이 모여 자웅을 가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각 클럽이 속한 나라의 국가 연주는 없다. 챔피언스리그 주제가가 울려 퍼질 뿐이다. 그에 반해 미국의 모든 프로스포츠리그, 대학리그와 대부분의 고등학생 경기 전에는 국가가 연주된다. 미국에서 열리는 외국팀 간의 경기에 미국 국가가 등장할 때도 있다. 프리시즌에 유럽의 명문 축구 클럽이 주로 참가하는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이라는 친선대회가 있다. 2018년 ICC 대회의 일부는 미국에서 개최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가 마이애미에서 맞붙었다. 단 한 명의 미국 선수도 이 경기에 뛰지 않았지만, 미국 국가가 개막식 때 연주됐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미국팀 간 경기에서도 미국 국가는 연주된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는 2019년 6월 영국 런던에서 맞붙었다. 유럽에서 처음으로 열린 MLB 정규시즌 경기였다. 런던시리즈라고 명명된 이 게임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됐다. 유럽인들은 자국 리그의 경기에서까지 국가를 연주하는 미국을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은 왜 이러한 전통을 가지게 됐을까? 1775년부터 8년간 이어진 전쟁의 결과로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그 후 프랑스로 가던 미국 선박들을 영국이 나포하자 1812년 6월 미국은 영국에 선전포고를 한다. 2년 8개월간 이어진 전쟁 중 영국 해군 19척은 1814년 9월 13일 미국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 25시간 동안 함포 사격을 퍼붓는다. 하지만 1500발이 넘는 포탄이 쏟아졌는데도 요새는 무너지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변호사이자 시인이었던 프랜시스 스콧 키는 요새에 휘날리는 미국 국기를 보고 감동해 ‘맥헨리 요새의 방어’라는 시를 작성한다. 이 시를 가사로 당시 유행하던 권주가(drinking song)의 멜로디를 붙여 노래가 만들어진다. ‘성조기(The Star-Spangled Banner)’는 이렇게 탄생했다. 19세기에 성조기는 미국에서 인기를 얻었고, 퍼레이드나 독립기념일 기념식과 같은 행사에서 종종 연주되었다. 성조기가 연주된 첫 번째 스포츠 경기는 남북전쟁 당시 1862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야구 경기였다. 성조기가 본격적으로 경기장에서 연주된 계기는 보스턴 레드삭스와 시카고 컵스가 맞붙은 1918년 MLB 월드시리즈였다. 당시 월드시리즈는 침울하게 시작했다고 한다. 1차전이 열린 시카고에는 하루 전날 폭탄이 터져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1차 세계대전에 참여한 미군의 전사자 수도 10만 명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야구 선수를 전쟁에 징집한다는 발표로 인해 경기장 분위기가 무거웠다. 침울한 순간에도 레드삭스의 투수 베이브 루스는 1차전에서 무실점 역투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가 바뀐 건 7회 스트레칭 시간에 미해군 밴드가 성조기를 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당시 해군이었지만 휴가를 받아 월드시리즈에 참가할 수 있었던 레드삭스의 내야수 프레드 토마스는 성조기가 연주되는 순간 국기를 향해 거수경례했다. 다른 선수들도 국기를 바라보면서 가슴에 손을 얹었다. 관중들은 성조기를 부르기 시작했고, 노래가 끝나자 이전까지 조용했던 야구장은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로 뒤덮였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의하면 성조기가 연주되는 순간 당시 야구장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고 한다. 이후 성조기는 월드시리즈의 남은 경기 동안 계속 연주됐고, 관중은 내내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잠자고 있던 미국인의 애국심이 솟아오른 것이다. 1931년 성조기는 공식적으로 미국 국가가 되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국가는 국경일이나 월드시리즈 같은 특별한 경우에만 야구장에서 연주됐다. 이를 바꾼 것이 2차 세계대전이었다. 2차 대전 동안 야구장은 미국인의 애국심을 보여주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전쟁 기간 내내 성조기가 경기 전에 연주됐다. 새로운 전통이 국가적 위기 때 만들어진 것이다. 종전 후 미국의 다른 스포츠도 이러한 의식을 빠르게 받아들였고,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2022년 19개국을 조사한 연구에 의하면 "자신의 조국이 세계에서 가장 좋은 나라이냐"는 질문에 미국인 41%가 "그렇다"고 답했다. 영국(13%) 독일(5%) 프랑스(5%)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미군이 전쟁터에 “아무도 남겨두지 않는다(leave no one behind)”는 신성한 약속. 그리고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에게 예우와 정성을 다하는 문화가 미국인들의 애국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미국인들에게 스포츠 행사에서 연주되는 국가는 그들이 가진 자유를 축하하고, 그러한 자유를 지키기 위해 희생된 이들을 기리는 소중한 전통인 것이다. 이화여대 국제사무학과 초빙교수 2022.04.27 06:00
경제

수소·배터리 K-동맹 맺은 대기업 총수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기업들이 ‘연합군’을 형성하고 있다. 서로를 물고 할퀴는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서 보폭을 맞추고 있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미래 먹거리를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공동 목표 아래 파이부터 키운다는 'K-동맹 전략'이 부각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 경쟁, 기업 불문 합종연횡 9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의 대표적인 먹거리로 꼽히는 2차 전지 배터리와 수소 분야에서 국내 기업 간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수소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규모 동맹은 수소경제 실현을 앞당기고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좋은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전날 출범한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기업 불문 합종연횡의 대표적인 연합군으로 볼 수 있다. 현대차와 SK·롯데·포스코·효성·한화·GS·현대중공업·두산·코오롱 등 국내 굴지의 10개 대기업 집단을 포함해 15개 회원사가 참여했다. 여기에 삼성과 LG도 참여하면서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참여하는 협의체가 됐다. 범 LG가인 E1과 삼성물산이 회원사로 참여했고, 이수그룹, 일진, 고려아연도 최종 합류하면서 15개 회원사로 출범했다. 출범식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부사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조현상 효성그룹 부회장 등 총수와 오너가들이 총출동하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은 국내 기업의 권익을 대변하는 대표적인 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과는 달리 특정 분야에서의 협력을 위한 단체다. 일단 소수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논의가 시작됐다. 수소 분야에 선제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현대차와 SK, 포스코가 민간기업 차원에서 수소사회 구현을 위한 협력이 출발점이 됐다. 이들 3개 기업에 지난 6월 효성이 가세하면서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수소기업협의체 설립이 합의되기에 이르렀다. 지난 8월 10개 대기업의 회원사가 확정됐고, 이후 5개 회원사가 추가되면서 화려한 진용을 갖췄다. 초기 출범 멤버인 정의선 회장과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이 공동 의장사를 맡기로 했다. 매년 9월 전 회원사가 참여하는 총회를 열어 주요 이슈와 현황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또 정기모임을 통해 기술, 정책, 글로벌 협력 등 분과별 중점 협력과제를 선정하고 세부 추진방안도 도출한다. 매년 상반기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투자금융사 등을 대상으로 정기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국내외 투자자들을 초청, 수소 관련 투자 활성화를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정의선 회장은 총회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수소산업 생태계의 균형적인 발전이 늦었지만 우리 기업들이 전 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만큼 못할 것도 없겠다는 자신감도 든다"며 "수소산업 생태계의 완결성과 경쟁력을 높이고 수소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리딩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4대 기업 배터리 동맹’ 경쟁 아닌 협력 물꼬 수소기업협의체 이전에 배터리 분야에서의 동맹이 민간기업 협력의 시발점이 됐다는 평가다. 배터리와 수소 분야에서 현대차가 연결고리의 중심이 되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배터리 조기 확보와 협력을 위해 제조사에 손을 내밀면서 K-배터리 동맹이 결성됐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4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에 단초를 제공했다. 작년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회동을 시작으로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 7월 최태원 회장까지 차례로 만나며 미래 전기차의 배터리 협력을 주도했다. 세계 2차 전지 시장을 주도하는 ‘K-배터리’ 주역인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이 현대차의 주요 협력사였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4대 그룹 총수들의 회동은 정례 모임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맏형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이들은 경제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정기적인 모임을 갖고 있다. 과거에는 라이벌 관계로 으르렁거리기도 했지만, 이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은 국내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큰 이슈였다.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다가 해당 그룹 총수들의 만남 이후 배터리 소송은 원만하게 타결되기에 이르렀다. 3년간 지속됐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한때 보상금이 5조원에 이른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양측은 점차 격차를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의 회동 결과로 인도네시아 전기차용 배터리셀 공장 건립이 부각되기도 했다. 현대차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에 현대차 전기차의 동남아시아 거점 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배터리셀 공장 규모는 10GWh(기가와트)에 달한다. 국내 완성차 그룹과 배터리 기업의 합작사 설립은 이번이 처음이다. 글로벌 톱티어 기업 간의 첫 해외 합작법인 설립이라 더욱 주목받았다. 합작공장 지분은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각 50% 보유한다. 2023년 상반기 완공 목표에 2024년 상반기 내 배터리셀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은 지난해부터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다 두 총수의 만남을 기점으로 합작법인 설립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9.10 07:02
스포츠일반

5월 2세마 경매…최고가 7800만원 낙찰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가 주관하는 2세마 국내산마 경매가 시행됐다. 지난 11일 한국마사회 제주 목장에서는 시행된 5월 경매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온·오프라인 동시 경매로 전환 시행돼 경매 전 과정이 한국마사회 KRBC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경매장 현장이나 카카오톡을 통해 온라인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경매에는 총 139두가 상장됐고 이 중 33두가 새 주인을 찾으며 24%의 낙찰률을 기록했다. 최고가에 낙찰된 말은 7800만원으로 부마가 ’메니피‘, 모마가 ’모닝뮤직‘이었다. 메니피, 한센, 테이크차지인디 등 인기 씨수말들의 자마들이 눈길을 끌었지만 전반적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올해 첫 경매였던 지난 3월 경매와 비교해도 낙찰률은 큰 차이가 없는 반면 평균 낙찰가와 낙찰 총액 등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번 경매 평균 낙찰가는 3474만원을 기록했으며 총 낙찰액은 11억4650만원이다. 경주마 경매 시장에 대한 현장의 관심도는 뜨거웠다. 경매 하루 전날 열린 브리즈업 역시 많은 경주마 관계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치러졌다. 브리즈업 쇼는 경매 시행 전 상장된 말이 200m를 질주하고 그 결과를 구매 희망자들에게 공지하는 과정이다. 이번 브리즈업을 직접 관전한 송문길 조교사는 “브리즈업 주파 기록도 물론 중요하지만 마체를 비롯한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는 편으로 실패할 확률을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매장에서 만난 함완식 기수 또한 “경매를 앞두고 목장을 찾아가면서 여러 말 관계자들의 얘기를 듣게 되는데 영세한 생산자분들의 힘겨움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느낌이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국마사회는 이런 생산농가들의 어려움을 공감하고 지금의 위기를 함께 극복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년도 4400억 원 적자 상황에도 불구하고 우선적으로 생산농가 보호를 위한 생산 장려금 약 33억원을 조기 집행에 나설 계획이다. 또 연말까지 경매유통장려금 지원에 나서는 등 생산농가들이 겪는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다양한 부양책으로 힘을 보탤 예정이다. 국산마 수요 증진과 경매시장 활성화를 위해 경주마 입사 연령을 기존 2세에서 3세 1분기로 완화하고 국산마 특화 경주와 국산마 한정 대상경주를 확대하는 등 경마 제도 개편에도 나섰다. 아울러 세이프가드를 발령, 연간 300두 규모의 외산마 수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향후 5년간 외산경주마는 암말로 한정하는 등 경마 시행 측면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1.05.14 07:00
생활/문화

닉스고, 브리더스컵 최초 우승…한국경마 위상 높여

코로나19로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경마 스포츠에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마사회 소속 ‘닉스고’가 바다 건너 미국에서 승전보를 보냈다. 지난 8일 미국 켄터키주 킨랜드 경마장에서 열린 ‘브리더스컵 더트 마일(GⅠ, 1600m, 3세 이상, 총상금 100만 달러)’ 경주에 출전한 닉스고가 1분 33초 85의 기록으로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며 우승을 차지했다. 경주 기록은 킨랜드 경마장의 1600m 신기록이기도 하다. 브리더스컵은 세계 최고의 경마 시행국 중 하나인 미국에서 열리는 경마 올림픽이자 축제다. 코로나19 여파로 경마 팬들이 현장을 찾을 순 없었지만 NBC스포츠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고 온라인 베팅으로 세계 최고의 경마축제를 즐겼다. 닉스고는 2018년 브리더스컵 쥬버나일 경주 준우승에 이은 두 번째 브리더스컵 입상을 기록했다. 브리더스컵 최초 우승이라는 업적도 일궈냈다. 또 국내 대표 경주마인 ’블루치퍼‘가 작년 같은 경주에서 3위를 기록한데 이어 닉스고의 우승까지 더해지며 한국경마의 높아진 위상을 톡톡히 알렸다. 국내 유전자 기술을 활용한 ‘케이닉스’ 사업으로 선발된 닉스고는 이번 경주에서 12마리의 말 중 5번 게이트에서 출발해 초반부터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초반 ‘컴플렉시티’의 매서운 추격이 있었음에도 내내 선두를 유지하던 닉스고는 4코너 부분을 지나면서는 스퍼트를 올려 2, 3위권과 3.5마신이라는 대차를 기록하며 여유롭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올해 닉스고는 2월 우승 이후 부상이라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하고 지난 10월 얼라우언스 경주에서 우승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브래드 콕스 조교사는 “한 달 전 킨랜드에서 달렸을 때도 목표로 생각하지 않았던 성과”라며 “닉스고가 몸을 만들 것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브리더스컵 주최 측에서 경주를 허가한 것에 매우 감사했고 그들의 결정은 옳았다”고 말했다. 닉스고와 함께 경주에 참가한 로사리오 기수도 “닉스고가 얼마나 빨리 가고 있는지 몰랐을 정도로 매우 빠른 기록”이라며 우승을 자축했다. 외신들도 닉스고의 우승에 감탄했다. 미국 유력 경마지인 블러드홀스는 2년 전 브리더스컵 첫 출전을 언급하며 한국마사회 종마 사업의 우수성과 가능성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세계 최대 상금 규모로 유명한 사우디컵에서도 공식 트위터를 통해 “다음 사우디컵에서 닉스고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러브콜을 보내왔다. 한국마사회는 유전체 기반 경주마 선발기술인 케이닉스를 활용해 우수한 유전자원을 조기에 발굴해 씨수말로 육성·활용, 국제 종마시장에 진출할 교두보 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닉스고의 수득 상금만 134만 달러(약 16억원)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2020.11.13 07:00
스포츠일반

류현진 “잘 견딘 한 시즌…바로 다음 시즌 준비”

토론토 블루제이스 류현진(33)이 코로나19의 혼돈을 이겨낸 8번째 메이저리그(MLB) 시즌을 돌아봤다. 그는 “이른 시일 안에 다시 (사회 활동이) 활발한 시기로 돌아가 경기장에서 팬을 만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류현진은 3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실을 방문해 스포츠 인권 수호 활동을 시작했다. 최영애 위원장을 만나 15분간 대담하고, 스포츠 인권 관련 온라인 인터뷰와 화보 촬영을 진행했다. 지난달 2일 귀국한 그는 2주 자가 격리를 마친 뒤에도 외출을 삼갔다. 귀국 후 첫 공식 활동이 스포츠 인권 명예대사 역할이다. 류현진은 행사 후 “좋은 점도 많고, 힘든 점도 많았던 시즌이었다.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친 점이 만족스럽고, 포스트시즌이 일찍 끝난 점은 아쉽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잘 견디다 들어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류현진은 올 시즌을 앞두고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약 935억원)에 계약했다. 2013년부터 몸담은 LA 다저스를 떠나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그러나 이적 첫 시즌부터 어려운 상황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개막이 7월까지 연기됐다. 유일한 캐나다 연고 팀이라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없어 홈구장인 로저스 센터를 쓰지 못했다. 투타 전력이 약한 토론토에서 타선과 수비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정규시즌 12경기에 등판해 5승2패, 평균자책점 2.69로 활약했다. 평균자책점은 아메리칸리그(AL) 4위다. 포스트시즌 등판이 유일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류현진은 지난달 1일(한국시각) AL 와일드카드 시리즈 2차전에 선발 등판해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했다. 1과 3분의 2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7실점(3자책점)으로 부진했다. 토론토는 2-8로 패해 4년 만의 가을야구를 조기 마감했다. 류현진은 “어려운 상황에서 TV로 지켜보며 응원해준 분들께 감사드린다. 내년에는 팀이 더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수가 힘을 합쳐서 매 경기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나 역시 이달 중순부터 운동을 시작해 다음 시즌을 열심히 준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류현진은 셰인 비버(클리블랜드 인디언스), 마에다 겐타(미네소타 트윈스)와 함께 AL 사이영상 최종 후보 3명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MLB 평균자책점 전체 1위에 오른 그는 내셔널리그(NL) 사이영상 투표에서 제이콥 디그롬(뉴욕 메츠)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1위 표를 한장 얻었다. 류현진은 “2년 연속으로 후보에 올라 기분이 좋다. 계속 몸 상태가 좋아 한 시즌을 잘 치렀더니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워낙 경쟁자들이 쟁쟁하고 성적 차이도 커서 (수상은) 어려울 것 같다. 최종 후보에 든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수상자는 MLB 구단 연고지의 전미야구기자협회 소속 대표기자 투표로 결정하는데, 투표는 이미 마쳤다. 발표는 12일이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2020.11.04 09:08
무비위크

"칸도 움직일까" 지구촌 횡단 코로나19, 유럽 영화제들 '비상'(종합)

유럽은 이제 시작이다. 국경을 훌쩍 넘어 지구촌을 횡단 중인 지독한 코로나 바이러스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이하 코로나19)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글로벌 유행 바이러스로 번지면서 유럽도 비상에 걸렸다. 국내 분위기는 조기 발견과 빠른 검진 속도로 이미 정점으로 치솟은 상황이라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지역에서는 이제서야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는 셈.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어 끝나지 않는 도돌이표처럼 장기화를 막지는 못할 전망이다. 유럽 내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높게 치솟고 있는 이탈리아는 2일까지 누적 확진자 수가 2000명에 육박했다. 사망자 수도 34명으로 집계됐다. 이탈리아 국민 뿐만 아니라 최근 밀라노 패션위크를 비롯해 이탈리아 출장 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도 늘어나면서 이탈리아는 오염 지역이자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도 다를 바 없다. 프랑스 내 확진자는 73명으로 늘어 곧 100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는 하루 만에 51명이 늘어나 117명으로 집계됐다. 수도 베를린에서는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아 1일 폐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까지는 무사히 마쳤지만 이후 상황은 예측 불가다. 때문에 상반기 대규모 국제영화제 개최를 준비 중인 주최 측은 고심에 빠졌다. 3월과 4월 행사는 무조건 취소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이며, 5월도 안정성이 완벽하게 확보되지는 않을 것으로 파악돼 사실상 폭탄을 끌어안고 치르는 것과 다름없다. 각국의 입출국 조치 여부도 영향권 안에 있다. 이탈리아는 최우선으로 영화제 연기를 공표했다. 당초 4월 24일부터 5월 2일까지 진행 예정이었던 22회 이탈리아 우디네극동영화제는 6월 26일로 두 달 연기를 확정했다. 우디네극동영화제 측은 "국민의 건강은 가장 소중한 자산이다. 우리가 책임있는 선택을 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우디네극동영화제는 6월 26일부터 7월 4일까지 열린다. 이탈리아 북동부의 소도시 우디네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제는 아시아 영화를 소개하는 유럽 최대 규모 행사다. 아시아와 유럽을 모두 걸치고 있는 만큼 개최 연기는 피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리스에서 개막 예정이었던 22회 테살로니키 다큐멘터리영화제도 개최 일정을 연기했다. 영화제 측은 성명을 내고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내외 관객과 시민, 스태프 안전을 고려해 일정을 연기한다"며 "5월 말이나 6월 초 개최를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내달 6일 스위스에서 개막 예정이던 제네바 국제인권영화제도 "1000명 이상 모이는 모든 행사를 금지한다"는 스위스 정부 공표에 따라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다. 3일까지 스위스 확진자는 42명으로 집계됐고, 여러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진압이 시급하다.프랑스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오는 10부터 13일까지 남부도시 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세계 최대 부동산박람회 미핌(Mipim)이 6월로 연기된 가운데, 그 사이 5월 12일 개막이 내정된 칸영화제 역시 현재로써는 진퇴양난이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칸영화제 측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 중이라는 상황.무엇보다 청정 지역으로 보였던 칸에서도 확진자가 나타나면서 더 이상 강 건너 불 구경을 하듯 바라볼 수는 없게 됐다. 칸영화제 측은 외신 버라이어티를 통해 "일단 예정대로 영화제를 준비 중이다. 아직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지금 (시기 등) 변동 가능성을 언급하는건 시기상조다"면서도 "상황에 따라 필요한 조치는 취할 것이다. 프랑스와 칸 당국의 책임 아래 가이드 라인을 살피고 있다"고 귀띔했다. 특히 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보건·사회연대부 장관은 "제한된 장소에 5000명 이상의 대중이 모이는 모든 행사는 일시적으로 금지한다"고 밝힌 바, '일시적'이라 표현된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누구도 확답할 수 없다. 3월과 4월 내 코로나19가 종식되길 전 세계가 염원하고 있지만 현실 가능성은 미지수다. 아시아는 한 발 앞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내 영화계는 막심한 피해 속에서도 개봉부터 영화제, 시상식 등 각종 행사를 일절 '올스톱' 무기한 보류 시켰고, 중화권도 44회 홍콩영화제가 3월 24일에서 여름으로 밀렸다. 다만 4월 15일 수도 베이징에서 개최 예정인 10회 베이징국제영화제와 6월 상하이국제영화제는 당국의 눈치를 보는 듯 공식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로 시름을 앓는 국내외 영화계다. 조연경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2020.03.03 08:00
브랜드미디어
모아보기
이코노미스트
이데일리
마켓in
팜이데일리
행사&비즈니스
TOP